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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1년 5개월 ‘GTX-A’ 평가는
작성자 관리자작성일 2025-10-13조회수 2221

■ 높은 만족도·높은 이용객 수
지난달 19일 오전 10시께 찾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킨텍스역. 평일 출근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이었지만 GTX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역안이 붐볐다. 1층 출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이 위치한 지하 6층으로 향하니 서울역으로 향하는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킨텍스역에서 지하철 안전지키미로 일하는 A씨는 “평일 출근시간대과 주말에는 역 안이 가득 찰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다”며 “대화역, 마두역 등 일산 내 인근 번화가에서 GTX역까지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GTX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킨텍스역을 지나는 GTX-A 노선은 현재 파주(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32.5㎞를, 화성 동탄역에서 서울 수서역까지 32.7㎞를 잇는다. 최고 속도 189㎞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약 2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향후 삼성역까지 노선이 확장될 경우 경기 북부 주민들이 강남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30분대로 줄일 수 있다.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까지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자 지역 주민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9일 찾은 고양시 일산서구 GTX-A 킨텍스역 승강장. 시민들이 열차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2025.9.19
일산서구에서 서울에 소재한 대학원으로 통학하는 김모(30)씨는 “GTX를 이용한 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닐 때보다 이동 시간이 한시간 가까이 줄었다”며 “가격이 지하철보다 두배 정도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GTX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0일 운행을 시작한 GTX-A 수서∼동탄 구간은 1년간 누적 이용객이 409만3천217명에 달했다. 개통 초기 약 7천7백명이었던 주간 단위 일평균 이용객 수(평일 기준)는 개통 1년 만에 1만6천171명으로 늘었다. 당초 예상했던 이용객 수(1만5천451명)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해 말 개통한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은 개통 3개월만에 누적 이용자 수 361만7천566명을 기록했다. 주간 단위 일 평균 이용객 수는 올해 초 평일 기준 3만3천596명에서 약 3개월 뒤인 3월 말 4만5천600명으로 수서~동탄 구간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경기 북부에서 GTX가 더욱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파주 기차장에 세워진 GTX 차량.
■ 기우였던 빨대효과… 지반 약화 ‘불안’
일각에서는 GTX 개통을 앞두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도내 외곽 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GTX로 서울 접근성이 높아지면 도내 외곽 도시들의 지역경제가 움츠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60년대 일본에서는 고속철도 신칸센이 들어서면서 수도인 도쿄에 인구와 경제력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가 아직까진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로 향하는 유동인구 못지 않게, 서울에서 외곽 지역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GTX 인근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45)씨 역시 “당초 GTX역이 들어서면서 상인들은 인구가 서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지만, 반대로 서울에서 외곽 지역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GTX 개통 이후 식당에 오는 손님이 1.5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GTX역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양희경(50)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물 상가 지하 식당가는 절반 정도가 공실이었는데, GTX역이 생긴 뒤로는 거의 다 찼다”고 말했다.
다만 GTX 개통을 위해 땅을 깊숙이 뚫는 것에 대해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GTX는 지하 40~50m 아래 대심도를 달린다는 특징을 가진다. 지하 개발을 많이 할수록 지반이 약해지기 때문에 GTX 개발이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수 있다. 최근 도심 속 도로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리는 싱크홀 등 원인을 알기 어려운 지반 사고들이 빈번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통된 GTX-A 구성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정충기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반은 밑으로 들어갈수록 암반이기 때문에 단단하다. 문제는 부지가 부족한 수도권은 이미 지하철이 다니는 공간 아래를 더 개발한다는 것”이라며 “땅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면 부담이 중첩되지 않도록 충분한 개발 거리를 두고, 철저한 지반 검사를 거쳐 내실있는 공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 위기로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지하 역사 침수가 발생할 경우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2022년 8월에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역사와 철로 등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GTX 역사 침수와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 등 복합 재난상황을 가정한 민·관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역 내 GTX-A 탑승구역 모습.
현재 GTX 사업은 오는 2028년 GTX-B노선과 오는 2031년 GTX-C노선 개통을 앞두고 있다. GTX-B 노선은 오는 인천시 송도 인천대입구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총 82.8㎞를, GTX-C 노선은 양주시 덕정역에서 수원시 수원역까지 74.8㎞를 잇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GTX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자 노선을 추가하거나 늘리는 쪽으로 논의가 치우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교통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GTX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장단점을 균형 있게 따진 교통수단 개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